[인터뷰] 김도윤 "올해 '반도'-'럭키몬스터' 개봉, 나는 럭키한 사람"

노이슬 / 기사승인 : 2020-12-03 15: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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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지질함의 정점을 찍어보고 싶다."

 

올 여름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다시 한번 일으킨 영화 <반도>에서 강동원이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매형. 결국 그는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했지만 관객들에겐 강렬한 기억이다. 이후 드라마 [방법]에서 형사 역으로 분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던 배우 김도윤이 <럭키몬스터> 도맹수로 돌아왔다.

 

무명 생활이 길었던 김도윤에게 올해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반도>를 통해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고, 첫 주연작 <럭키 몬스터>가 개봉했다. 그는 스스로 "나는 럭키한 사람인 것 같다"며 웃었다.

 

 

오늘(3일) 개봉한 영화 <럭키 몬스터>는 빚더미 쭈구리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김도윤)가 의문의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벼락부자 폭주극이다.

 

영화는 '벼락부자 폭주극'이라는 이전에 없던 장르를 새로 개척하는 것은 물론, 스릴러, 멜로, 액션 등 없는 게 없는 '장르 맛집'임을 증명했다. '신선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낯설면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주연을 맡은 김도윤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는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이상한 영화라 생각했다. 이걸 쓴 사람이 되게 궁금했다. 감독님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내가 하게 되겠다'구나 생각들었다. 시나리오 보고는 하고 싶다는 의사는 표명했다. 그때도 '아 이상한 영화가 나오겠구나' 싶었다. 근데 그게 관객들한테 어떻게 전달될지가 궁금했다."

 

<럭키 몬스터>는 제24회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과 더불어 <남매의 여름밤>과 KTH 상을 공동수상하며 주목받은 바. 덕분에 김도윤은 완성된 영화를 4 차례나 관람했다. 관람 소감을 묻자 그는 "영화가 잔인하다면 잔혹할 수 있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현상의 단면을 극대화시킨 것 같다"고 답했다.

 

 

극 중 도맹수는 지질하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인물이다. 산더미 같은 빚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쫓기던 그는 로또 1등에 당첨되며 인생역전을 한다. 김도윤은 '돈의 압박'을 받는 도맹수에 공감했다.

 

"나도 소시민이고, 돈의 압박을 받는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려운 것은 없었다. 외형적으로는 크게 준비한 것은 없다. 다만, 걸음걸이를 신경썼다. 초반 맹수는 소심하다. 후반부 맹수는 로또 1등이니까 움츠렸던 어깨를 피고 당당해진다. 유인원의 진화 과정을 생각하며 이미지를 만들었다.

 

실제 환청을 들어본 경험은 없다. 그런 경험한 사람들을 직접 서치도 해봤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만성 두통을 가지고 계신다. 그때의 모습이나 호흡을 조금 따 왔다."

 

촬영은 지난 2019년 초 한달동안 빠듯하게 진행됐다. 다른 작품 촬영과 번갈아가며 진행했지만 육체적으로 부치지는 않았다. 다만, 김도윤은 <럭키 몬스터> 속 한밤 중 아내의 슬립을 입고 질주하는 씬 촬영장을 기억을 회상하며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 곳이 주택가였다. 날도 추운데 구경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큰 영화가 아니라서 골목 통제도 안됐다. 취객분들이 오가면서 한마디씩 하기도 했다. 저는 검은색 여성 슬립을 입고 놀이터까지 뛰어야 했다. 그때는 연기적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힘들었다(미소).

 

그런 장면은 한번에 끝내야해서 몰입하고 집중한다. 근데 나만 뛰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감독님도 같이 뛰어야 한다. 거리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아 테이크를 여러 번 갔다. 촬영이 잠시 멈출 때는 계속 숨어있었다. 다시는 입고 싶지 않다."

 

 

연출을 맡은 봉준영 감독과는 형동생 할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됐다. 김도윤은 "감독님이 약간 외곬수 같은 면이 있지만 열려있는 편이다. 어떤 조율도 가능했던 현장이다. 서로가 첫 장편 연출과 첫 주연이다보니 모르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자는 생각이 같았다. 정말 거리낌 없이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고 호흡을 전했다.

 

함께 촬영한 장진희, 박성준과는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나서 친목을 다진 덕분에 편하게 촬영했다. 특히 '럭키몬스터' 박성준은 또 다른 자아이기에 서로의 캐릭터에 '차별화' 되길 원했다.

 

"럭키몬스터와는 서로 다른 인물로 생각했다. 그렇게 또 얄밉게 잘했다. 연기 합을 맞춘 것은 많이 없었다. 각자 현장에서 준비한 연기를 풀어놓는 느낌이었다. 나 막할테니까 너도 막해라. 어떻게 가나보자. 그 덕에 제작진은 압박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영화가 한정적인 예산으로 촬영하다보니 인물 중심이 됐다. 빵빵 터지는 코미디까지는 아니어도 피식피식 웃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버전으로 촬영을 많이 했다.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바뀌는 것도 있었다. 감독님이 다 수용해줬다."

 

가장 신경 쓴 장면은 후반부 맹수가 폭주하는 컨테이너 씬이다. 여기서도 봉 감독은 김도윤의 의견을 수용해줬다.

 

"본래 대본에는 다른 대사가 있었는데 나는 그 장면에서 쾌감을 전달하고 싶었다. 불편하던, 시원하던. 그래서 욕설로 처리를 했다. 욕설 버전과 원 버전 모두 촬영했다. 스태프들의 의견도 반반으로 갈렸다. 편집 때 욕 버전을 적극 추천했다. 그대로 나왔더라. "

 

 

<럭키 몬스터>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김도윤은 현재 차기작도 촬영 중이다. [방법], <반도>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을 촬영 중이다. 연이은 연상호 감독과의 호흡에 김도윤은 "저도 참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봉 감독도 캐스팅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하니 '어울리는 캐릭터 있으면'이라고 하더라. 내가 생각하기에 내 장점은 어디 던져놔도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도 매력있는 사람도 많다. 근데 난 어딘가에 있을 법한 흔한 얼굴이다. 아마 감독님들이 그래서 불러주지 않을까 싶다"며 미소지었다.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자 김도윤은 "내 연기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장르나 매개체로 국한되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했다.

 

"장인, 장모님이 연세가 많다. 사위는 배우인데 영화에만 나오니 직접 보기 어렵다고 하신다. 기회가 된다면 전문직 회사원을 해보고 싶다. 도맹수는 녹즙기 판매원이었지만 지질했다. 반듯한 회사원, 아빠 연기도 해보고싶다. 근데 지금은 '지질한 연기의 정점을 찍고 싶은 욕심이 있다(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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