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 극장 상영 없이 넷플릭스 단독 공개 직행 '논란의 불씨'

유아린 / 기사승인 : 2020-03-24 13: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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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틀빅픽쳐스 

 

윤성현 감독의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영화를 제외하고,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 신작이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훈·안재홍·최우식·박정민 등 충무로를 이끄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고, 지난달 20일 개막한 올해 제70회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도 초청된 <사냥의 시간>은 다음 달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 29개 언어 자막으로 공개된다. 

 

<사냥의 시간>의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측은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제 몰이를 한 뒤 곧바로 2월 26일 국내 개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연기를 결정했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90억원, 홍보 마케팅 비용은 27억원으로, 총 117억원이 투입됐다. 홍보 마케팅 비용은 이미 다 소진했다.

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후반 작업이 미뤄지면서 개봉이 이미 밀린 상태였다"며 "영화를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과 투자사들을 고려할 때 언제까지 미룰 수가 없었다"고 넷플릭스 직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극장 개봉을 하면 홍보 마케팅 비용을 다시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권 대표는 "넷플릭스와 계약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제작비를 어느 정도 보전할 정도는 된다"면서 "그래서 투자사들도 넷플릭스 공개를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 30여개국에 판매된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 독점 공개 계약에 따라 해외 판매도 철회해야 한다. 

 

이에 해외 세일즈를 대행한 국내 업체 '콘텐츠판다'는 '이중 계약'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콘텐츠판다 측은 "지난해 1월 24일 리틀빅픽처스와 해외 세일즈 계약을 체결하고 1년 이상 업무를 이행했다. 그 결과 약 30개국에 선판매했으며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판다는 이 영화의 해외 세일즈사이자 동시에 투자사"라며 "그러나 리틀빅픽처스는 당사와 충분히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 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한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3월 중순 공문을 발송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는 해외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틀빅픽처스는 투자사들에 넷플릭스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 누락시켰고, 23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이중계약 소식을 최종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콘텐츠판다 측은 "이런 일방적인 행위로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 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며 "아울러 한국 영화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며, 해외 영화사들이 확보한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고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리틀빅픽처스 측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팬데믹' 이후로 해외 극장들도 문을 닫아 영화가 언제 개봉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회사 존폐가 걸린 만큼 우리 쪽 입장을 설명하고 해외 판매 계약 취소에 따른 비용은 모두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콘텐츠 판다 측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판권을 산 해외 배급사에는 일일이 메일을 보내 현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재지변과 같은 현 상황에서 중소회사가 살려고 발버둥 치는데, 왜 뉴와 같은 메이저 회사가 협조를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며 법적 분쟁으로 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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