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기차로, 세계로 5화] 세계표준시(標準時)의 기원 미국철도

편집국 / 기사승인 : 2022-06-15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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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편집국] 철도의 총 연장거리 20만2501㎞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철도가 부설된 미국의 철도는 영국에서 철도가 개설된 이듬 해인 1826년 매사추세츠주 퀸시에서 그래나이트 철도 3.2㎞를 개설했다.

 

당시 열차에 화강암을 실어 항구까지 이동하려 했지만, 철로가 무게를 버티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 미국 최초의 증기기관차 Tom Thumb.


이후 1827년 최초의 증기 철도 사업자로 공인된 ‘볼티모어·오하이오 철도회사’가 1828년 7월4일 착공해 볼티모어에서 메릴랜드주 Ellicott's Mills(현재 Ellicott City)까지 13마일(21㎞)의 철도를 1830년 5월 미국 최초로 개통시켰다.

 

이 때 운행된 증기기관차는 Peter Cooper가 개발한 미국 최초의 증기기관차(Tom Thumb)였고, Peter Cooper는 하원의원을 거쳐 1876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 1869년 5월10일 대륙횡단철도 연결식.

 

10년 후 미국철도는 5322㎞나 연장됐고, 대부분 민영기업이 소유하는 사설철도로 1860년대에는 철도회사들이 수 백개로 늘면서 4만9000㎞의 철도가 부설돼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를 보유한 나라로 떠올랐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첫 대륙횡단철도는 이미 개통된 뉴욕-오마하간 철도에 6년의 공사를 거쳐 1869년 5월10일 2826㎞ 거리(세크라멘토-오마하)가 완공됐다. 이후 애팔래치아 서부와 미시시피강 유역의 산물이 동부로 이동해 서부지역이 빠르게 개척됐고, 미시시피강 유역 농장에서 생산된 버터와 당근 등의 식품을 뉴욕에서 값싸게 살 수 있게 됐다.

남북전쟁 중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미국을 통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1862년 서명함으로써 시작된 대륙횡단철도는 6개월이 소요되던 대륙횡단을 단 6일로 줄였다. 이를 통해 교통발전은 물론 도시 형성에 크게 기여했지만, 원주민의 땅을 무상으로 몰수하는 과정에서 아메리카 원주민과 정부간 폭력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철도공사에 투입된 인부들은 원시적인 공사로 인해 사상 사고가 잦았고, 특히 수 많은 중국인 인부가 희생되는가 하면 완공과 함께 2만5000명의 중국인 인부가 실직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사람들은 태양이 가장 높게 떠오른 시간을 정오로 정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기준시간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세상에는 수 많은 태양 정오(자오) 시간이 통용됐지만, 철도의 출현으로 먼 지역으로의 이동이 손쉬워지면서 ‘다른 시간’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광활한 영토의 미 대륙에서는 ‘시간의 통일’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1869년 개통된 미국대륙횡단 철도에서 출발지 시간과 중간 도착지 시간, 최종 목적지 시간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1870년대 펜실베니아 철도회사는 필라델피아시간 기준 열차 운행, 뉴욕센트럴 철도회사는 그랜드 센트럴역의 밴더빌트 시간 기준 열차를 각각 운행했다. 두 회사는 근접해 있었지만, 시간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혼란을 초래했고, 이같은 문제는 철도망이 확장될수록 더욱 심각해졌다.

이에 미국철도연합은 1883년 4월8일 세인트루이스의 시간총회에서 50여명의 간선철도 경영자들은 각자 회사들이 사용하는 50여개의 시간 표준 종류를 4개로 줄였다. 이것이 바로 ‘표준시’의 원조다.


지금의 세계표준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캐나다 태평양 철도 엔지니어 Sandford Fleming이 1879년 캐나다 왕립 연구소에 표준시 시스템을 제안, 1884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프라임 자오선 회의에서 국제 표준 시간 시스템이 채택돼 오늘에 이른 것이다.

‘KBS 파노라마’가 지난 2014년 12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북태평양철도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1893년 5월1일~10월30일 개최된 ‘시카고만국박람회’에 참가한 조선 왕국 국기의 태극 문양을 회사 로고로 채택했다.

 

이는 1970년 4개 노선 합병으로 회사명이 변경되기 전까지 사용됐고, 이같은 기록이 북태평양철도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보존돼 있다고 ‘KBS 파노라마’ 측은 보도했다.  

 

아울러 고종 30년(1893년) 11월9일 ‘승정원일기’를 통해 당시 박람회 대표로 참석했던 정경원 단장이 고종 임금에게 보고한 내용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좌측부터 46개 참가국기와 조선전시관, 고종탄생 만찬 메뉴판, 북태평양철도사 로고 채택 회의, 북태평양철도박물관과 화차 태극 로고

이를 통해 한국이 최초로 해외에서 관람객 2000만명을 초과한 박람회에 출품해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던 역사를 알게 됐다. 

 

▲‘한・미 친선문화체험 탐방’ 행사 

 

우리나라는 1896년 3월29일 한국 최초의 철도부설 특허를 받아 1897년 3월22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미국 철도와도 인연이 깊다. 

 

몇 년 전, 박순구 한국철도교통문화협회 회장의 제안으로 오산비행장 미 공군과 가족을 초청해 ‘한·미 친선문화체험 탐방’ 행사가 진행됐다. 당시 철도박물관 관람 시 한국 최초의 철도에 미국이 참여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반가워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사의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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