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낙원의 밤' 클리셰 누아르 속 빛난 '무감한' 전여빈

  • 노이슬 기자 / 2021-04-06 09: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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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영화 <낙원의 밤> 속 전여빈은 무표정하지만 그 누구보다 빛난다. 그가 없었다면 영화는 클리셰 범벅으로 묻혔을 것이다. 전여빈은 <낙원의 밤>으로 인생캐를 새로 쓰며 본적없는 로맨스 여주인공을 탄생시켰다.

 

오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 국에 동시 공개되는 영화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의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 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신세계>, <브이아이피>, <마녀>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누아르 대가'로 불리는 박 감독은 <낙원의 밤> 역시 클리셰를 택하며 마니아들을 반긴다.

 

하지만 박태구(엄태구)와 재연(전여빈) 캐릭터로 로맨스를 한 스푼 추가, 기존의 핏빛 가득했던 화면에 '낭만의 섬' 제주도와 어울리는 '로맨스 서사'를 등장시켜 새로움을 더했다. 다만, 누아르 마니아들이 이를 반길지는 의문이다.

 

이에 엄태구와 전여빈은 로맨스 아닌 신선한 로맨스를 펼친다. 두 사람은 무감한 표정과 건조한 말투가 닮았다. 하지만 다정한 말 한마디 주고 받지 않지만 '괜찮아'라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는 말 하나로 두 사람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전여빈에 농을 치는 모습은 설렘을 한 스푼 얹은 느낌이다.

 

반면 극 초반 태구의 누나는 "나 없으면 네가 쟤 책임져야 하다"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자신을 대신해 조카를 지켜줘야 한다고 말한다. 태구는 조카도 함께 잃었지만 어쩌면 조카 재연을 지키려는 쿠도(이기영)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 재연에 사명감을 가진 것으로 비춰지며 연민을 자아낸다.

 

허스키한 보이스와 마스크까지 '누아르 전문배우'라고 불릴만큼 찰떡인 엄태구는 <낙원의 밤>의 전형적인 누아르 서사를 이끈다. 

 

특히 제주공항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추격신의 끝은 도로 한복판은 그야말로 난장이 된다. 이때 차 안에서 펼쳐지는 엄태구의 액션은 <신세계> 엘리베이터 씬을 연상케 한다. 

 

 

극의 마지막 10분은 전여빈 타임이다. 신선한 로맨스의 여주인공 전여빈은 '누아르 장르'와 완벽, 찰떡 케미로 박훈정 감독표 누아르를 완성한다. 최근 드라마 '빈센조'를 통해 통통 튀는 발랄한 모습을 선보였던 전여빈은 강단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인생캐'를 예고한다. 

 

마 이사 역 차승원은 감초처럼 등장하며 B급 코믹 감성을 안긴다. 조직에서 은퇴한 쿠도로 분한 이기영은 묵직하다. 반면 태구가 속한 조직을 이끄는 양 사장 역 박호산은 전형적인 '양아치'의 표본이다.

 

제주도의 탁 트이는 해안도로부터 석양, 낭만을 즐기기엔 딱이다. 누군가에겐 낭만의 섬 제주도가 누군가에겐 처연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낭만 속 누아르가 궁금하다면 9일 넷플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은 13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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