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행복 집짓기 3화]도면이 어려운 건축주 위한 우리 집 소개서를 만들자

편집국 / 기사승인 : 2021-11-22 09: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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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 위에 집을 배치한 이유와 각 층별 공간을 설명한 다이어그램

 

[하비엔=편집국]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도면은 소통의 도구이지만, 집을 처음 짓는 건축주에게 도면은 미로다. 

 

복잡하게 얽힌 선과 도형, 숫자, 처음 보는 부호… 무엇보다 평면인 도면을 입체적으로 상상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모형이나 3D파일을 만들어 건축주와 미팅을 한다.


나 역시 건축주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3D프로그램을 자주 활용했다. 그런데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건축주와 건축가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건축주와 주변 이웃의 소통도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을 짓기 시작하면 주변 이웃이 많은 관심을 가진다. “집이 예쁘네요.” “다 짓고 나면 초대해 주세요.”는 건축주 기분을 들뜨게 하지만 “저렇게 하면 하자 생기는데,” “집 마당이 너무 좁은 것 아니에요?” 등의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건축주는 집에 대한 확신이 없어진다. 그러면서 공사 중 설계를 바꾸는데, 이 경우 진행하던 공사를 멈추고 부순 뒤 다시 공사한다. 

 

또 설계와 많이 달라졌다면 설계변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 건축주의 스트레스 역시 두 배가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고민 끝에 내린 해답은, 건축주의 의문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전문가의 부재였다. 이 말은 즉,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니 설계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 부분을 건축주에게 잘 설명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집을 배치한 이유, 방을 나눈 이유, 마당 크기의 이유, 재료 선택의 이유, 창 위치와 크기의 이유… 그것을 모르니 건축주는 이웃에게 집을 소개하기 어렵거나 할 이야기가 없고, 사소한 말 하나에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집소개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평택 소사동에 있는 ‘채워가’는 귀한 차 한 잔을 채워 소중한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의미가 담긴 집이다. 대로변 모퉁이에 있는 182㎡의 작은 땅 위에 지하 1층, 지상1 층은 상가. 2층, 3층은 주거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을 설계하면서 처음으로 ‘우리집소개서’를 시작했다.
 

▲채워가 전경. 지하층에 햇빛이 들어오는 선큰(햇빛길)을 만들었다.

‘채워가’의 핵심은 꼭대기 층에 있는 다실(茶室)이다. 건축주는 작더라고 마당이 있는 공간을 원했는데 상가면적을 넓히고, 주차공간을 넣었더니 마당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고민 끝에 옥상녹화로 다실 앞에 작은 마당을 만들었다. 주택에서 옥상이 꼭 1층에 있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집소개서의 옥상정원 개념도와 실제 정원

▲다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옥상정원을 바라본다.

도면에 재료마감표가 있다. 방 바닥, 천장, 벽, 걸레받이, 몰딩에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정리한 표다. 그런데 글로만 되어 있어 실제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건축주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방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는 예시사진, 마감자재, 색상을 넣었다.

 

이 밖에도 건축주와 나눴던 집 이야기를 기록하고, 건축주의 니즈를 설계에 어떻게 반영을 했는지, 집 주변의 자연환경, 단열재의 종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설계가 끝나면 책으로 만들어 전달했는데, 처음에는 생소해하던 건축주도 우리집소개서가 있다면 집 소개도 쉽겠다며 기뻐했다.


설계하고 집을 짓을 때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건축이 어려운 건축주를 위해 쉽게 설명해주는 전문가. 전문가라면 건축주가 궁금해 하는 것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는 건축주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고, 건축주도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설계를 한다면 분명 만족스러운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집소개서는 지금도 발전중이다.

 

 

▲김용만 생태건축가, 

주요 약력- 품건축(주)대표이사, 펜타건축사사무소 대표, 도서출판 품 대표

저서. ‘시골땅 집짓기 성공해부학’ ‘행복집짓기+’ ‘건축, 생태적소통의 이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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