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스스로 놓친 것을 찾는 시간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4-23 0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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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대중에 안희연은 'EXID 하니'로 더 유명하다. 역주행의 신화를 썼고, 센터로써 그룹을 이끌며 그렇게 20대의 반을 보냈다. 걸그룹 EXID는 팬들에게 다시 만날 것임을 약속하고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안희연은 무작정 편도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떠났다.

 

무작정 떠나온 해외에서 한 편의 DM을 받았다. 그게 바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시나리오였다. 당연히 안희연은 나에게 왜? 라는 물음을 먼저 던졌고, 회사도 없었고 무엇보다 '다음'을 생각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거절했다. 하지만 이환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안희연은 감독을 만나기 위해 귀국했다.

 

 

"이 영화를 선택할 때 용감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고 넥스트를 생각할 수가 없던 때였다. 미래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에 '나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활동을 했고 28살에 계약이 끝났다. 그간 활동을 하면서 무언가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넥스트 스텝에 대해서 나 스스로 답을 해주지 않더라. 스스로 소통이 안됐다. 미래를 생각하 수 없었다.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이환 감독에게는 인간적으로 끌렸다. 사실 자극적인 소재에 대한 고민보다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 컸던 안희연은 감독이 자신으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미래에 대한 결정이 없던 상태다.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동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님이랑 다시 만났다."

 

안희연이 첫 연기에 도전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과 함깨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안희연은 자신이 무언가를 한다면 사회든, 그게 누구든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랐다. 이 영화를 궁극적으로 왜 만드는지가 중요했다. "난 내가 있는 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생각했다. 그 방향이냐고 (감독에) 물었다. 영화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도 꿈이 있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 워크샵을 시작했다."

 

 

연기에 '연'자도 모르는 안희연이 첫 경험한 워크샵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사무실을 하나 임대해 대본 연습을 시작했다.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안희연이 처음으로 감정을 내비치는 씬은 세진을 돕겠다 나섰다가 오히려 '성매매 덫'에 걸려버린 것을 알고 맨발로 뛰쳐나가 도움을 청하는 씬이다. 감정이 올라오면 시작하라는 감독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서러웠단다. 

 

"문을 열고 뛰쳐나갔는데 치킨 포스터만 있었다. 감독님이 행인 역할도 해줬다. 내동댕이 쳐져야 했다. 그러니까 화가 나더라. 그때 감독님이 바퀴 달린 의자를 타고 왔다. 그 앞에서 "살려주세요" 하고 외쳤다."

 

초반엔 분명 시나리오에 있는 장면이지만 당황스러웠다. 열심히는 했지만 대체 이게 뭔가 싶었단다. 하지만 안희연은 "틀리지 않았고, 짙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워크샵에서 감정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소통했다. 의견들을 자유롭게 나눴고 그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나중에는 내가 의견을 내면서 그런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저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라는 것을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는게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고 짜릿했다. 짙었던 순간이다. 2개월 정도 워크샵을 하고 촬영을 했다. 제 촬영 없을 때는 보러 나가고. 아무것도 없을 땐 먼저 워크샵을 하자고 했다. 그 시간이 주어지고 기회가 있었다는 것, 그렇게 받아주는 동료, 선밴님들이 있었기에 너무 감사했다. 정말 기초적인 것부터 다 배웠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보니까 감정이 올라오더라. 그런 경험을 해줄 수 있었던 감사한 일이다."

 

 

사실 의아한 일이다. 안희연은 가수 활동에 주력했기에 연기 경험은 거의 없다. 그런 안희연에게 이환 감독이 시나리오를 준 이유는 '걸음걸이'였단다. "전에 물어본 적이 있다. 왜 나에게 제안을 했는지. 걸음걸이를 보고 확신했다고 하더라. 씩씩했다고. 네가 주연을 해주면 멋있는 주연이 나올 것 같았다고 하더라. 사람들한테 좋은 배신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더라."

 

극 중 주영은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돕는다는 설정 이외에 명확하게 전해진 서사는 '가출 4년차'라는 것 뿐이다. 그가 가출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 안희연이 밝힌 주영의 서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프레임이다.

 

"시나리오 받고 얘가 도대체 왜 이러지였다. 시나리오 만으로는 납득이 잘 안가는 부분이 많았다. 주영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던 인물이다. 어느 날 주영의 교실에서 칼부림이 일어났고, 주영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됐다. 학교도, 부모님도 그 누구도 주영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도망친 아이였다. 서사를 들으니 주영의 입장이 당위가 생겼다.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 또 주영의 전사를 얘기해주더라."

 

<어른들은 몰라요> 속 주영은 앞서 이환 감독이 연출, 독립영화계 1000만 영화로 불리는 전작 <박화영> 속 세진과 포지션이 비슷하다. 가출 청소년의 엄마가 된 박화영이 우연히 세진을 만나게 되는 것. 영화 속 세진은 10대 임산부로 <어른들은 몰라요>의 세진의 모습이다. 이로 짐작컨데 이환 감독의 차기작에선 '주영'이 주연으로 서사를 풀어낼 가능성도 있다.

 

안희연은 "우리 영화가 <박화영> 시즌2라더라. 시즌3도 함께하면 너무 영광일 것 같다. 감독님이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정말 많이 배웠고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고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그룹 활동을 잠시 중단한 안희연은 집을 나와 현재는 풀옵션 임대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tvN '온앤오프'에 출연해 자신의 '오프'를 공개했다. 기상 후 오전부터 심리학 인터넷 강의를 듣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안희연은 연기와 심리학의 연관성이 있기에 만족한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심리학 공부는 정말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 왔던 것이다. 취미로 했다. 지금은 학점 은행제로 학사를 따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다. 심리학 학사가 있어야 국가인증자격증 취득 조건이 된다고 하더라. 그건 지금 내가 있는 이 세계가 너무 빠른 시간동안 많은 성장을 한 것 같은데 너무 빨리 많은 성장하면서 많은 부분을 놓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 구멍들이 있는 것 같다. 

 

학점은행제를 등록하기까지 10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전에는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컸다. 예능 프로 '달리는 사이' 프로그램 찍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보다 달리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겠다 싶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뀌었고, 뭔가 하고 싶은 게 지금은 뭔지 모르지만 자격증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

 

안희연이 말하는 '놓친 것'의 의미는 뭘까. "내 친구들 중에 직장인이 많다. 그들은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고민을 18, 19세에 많이 했다고 한다. 저는 그때 연습생이고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차원의 고민을 했다. 그 친구들이 당시에 했던 고민을 저는 지금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어른이 뭔지 잘 모르겠다. 성장 중에 있는 사람인 것 같고 주영이도 성장중인 사람인 것 같고. 주영이 분명히 이해되지 않는 지점도 있었지만 인물의 아픔이나 이런 것들은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다. 비슷한 점도 있다. 이전 소속사와 계약 끝내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봤다. 여행갔는데 한 카페에 30분도 못 앉아있더라. 여유가 어색해서(하하). 나태한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유해한 것. 격정적인 2년을 보내고 나서 최근에 조금 어른됐나? 어른 됏을수도 있겠다 싶다."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를 시작으로 SF8 프로젝트 드라마 '하얀 까마귀'에 이어 '엑스엑스', '아직 낫 서른'까지 연기자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인 그는 기존의 자신의 시각에 더해 확장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배우는 중이란다. 덕분에 그 세상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도 많이 발견하고 있다.

 

"드라마 '하얀 까마귀' 찍을 때 관계적인 면에서 내가 잔인할 정도로 이기적일 수 있겠구나,  나한테 그런 면이 있구나, 내가 항상 하는 괜찮았는데라고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발견했던 것 같다. 또 나는 굉장히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면모가 있더라(미소). 생각보다 굉장히 잔인한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울하다고 생각하고, 포기가 빠르고, 그런 걸 발견하는게 재밌어서 연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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