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로스쿨' 김명민 "이해도 어려운 법조문, 잠꼬대할정도로 외웠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6-16 0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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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 시점에 가뭄의 단비같은 드라마라고 지칭하고 싶다. 시류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드라마의 정통성과 진정성은 살아 있어야 한다."

 

지난 9일 화제속에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극본 서인, 연출 김석윤, 제작 JTBC스튜디오 스튜디오피닉스 공감동하우스)는 로스쿨 학생들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펼쳐지는 캠퍼스 미스터리와 더불어 피, 땀, 눈물의 살벌한 로스쿨 생존기를 통해 예비 법조인들이 진정과 법의 정의를 깨닫는 과정을 담았다.

 

 

종영 후 하비엔과 화상 인터뷰를 가진 김명민은 "시원섭섭하다. 사전제작이라서 100%의 느낌이 와 닿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스태프들과도 술 한잔도 못하고 데면데면하게 헤어진 기억이 있다. 예전같지 않은 이 느낌은 시원섭섭한데 해갈이 안된 느낌이다"고 아쉬움 종영 소감을 전했다.

 

OTT가 만연한 요즘, 실시간 시청률은 사실상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 '로스쿨' 최종회(13회)는 최고 6.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넷플릭스에서는 한국의 TOP 콘텐츠에서 방영 내내 1위를 비롯해 상위권을 차지하며 많은 인기를 모았다. 

 

김명민은 글을 많이 읽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온라인상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알지 못했다. 다만, 평소 작품 얘기도 없던 지인들을 통해 얻은 반응이 신선했다. "무뚝뚝한 지인이 있는데 내 드라마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없던 분이다. 근데 '로스쿨' 재밌다고 하시더라. 또 아는 선배님과 식사하는데 한번도 내 작품에 대해 언급한 적 없던 그 분이 언급을 하셨다. 그때가 오후 8시 조금 넘었는데 본방사수 하려고 가신다고 하더라. 또 내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아들 친구가 사인 좀 받아달라고도 하더라."

 

직접 연기한 김명민이 뽑은 '로스쿨'의 인기 요인은 정통성과 진정성이다. "요즘 같이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 시점에 자극적인, 장르물을 기획하는 분들이 많다. '로스쿨'은 그 속에서 가뭄의 단비같은 드라마라고 지칭하고 싶다. 시류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드라마의 정통성과 진정성은 살아 있어야 한다.

 

 

드라마 '카이스트'(1999~2000년) 이후로 제대로 된 전문 대학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가 최초인 것 같다. 한 사건으로 16회까지 끌고 가면서 그 여러 학생들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볼거리가 많아지고 기존 드라마들과는 다른, 특화된 부분이 있었다. 어렵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

 

김명민은 '로스쿨' 제안을 받고 김석윤PD에 역 제안을 했다. 김석윤 PD와는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 투구꽃의 비밀>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었다. 김명민은 김PD와 환상호흡으로 완벽한 파트너임을 여러 매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김석윤 감독님의 참여로 함께 하게 됐다. 감독님이 정해지기 전에 먼저 JTBC 측에서 제안을 받고, 내가 감독님께 역 제안했다. (시나리오가)독특했다. 그런 부분도 내가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김명민이 분한 양종훈 교수는 부조리한 사회 속, 정의 구현은 물론,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형법교수 '양크라테스'로 불리는 인물이다. 원칙주의자로써 예외 없는, 독설을 날리는 김명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2008년)의 캐릭터 강마에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감독님께서 책임지고 가야했던 부분인 것 같다. 감독님이 (그런 스타일의 김명민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셨었다. 배우로써 그렇게 보고 싶다고 해도 기시감을 극복하는 것이 힘들고 자신이 없었다. 말투와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비슷해서. 정말 말이 안되게 못 들어줄 대사가 있으면 감독님이 짚어달라고 했었다. 

 

주기적으로 이런 류의 캐릭터가 들어오는 것 같다. 너무 어려웠고 양종훈은 강마에와 톤이 어미 처리라던지 너무 흡사해서 다른 쪽으로 바꾸려고 하면 되려 어색해지는 난관을 겪었다. 10년 후 쯤 또 제안이 들어온다면 생각해보겠다."

 

'로스쿨' 1회 강솔A(류혜영)가 헛구역질을 하게 했던 강의 씬은 양크라테스의 특징을 한번에 드러낸 명장면이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양크라테스의 문답법은 상대를 숨막히게 할 정도였다. 이는 김명민이 가장 부담을 가졌던 씬이기도 하다.

 

"그 장면이 내게 주는 부담감이 있었다. 촬영 날짜가 잡힐때까지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연습했다. 같이 하는 학생인 범이와 혜영이에게 현장에 일찍 와서 리허설을 해봤으면 한다고 제안는데 1시간 전에 일찍 나와서 흔쾌히 응해줬다. 강의 장면이 끝날 때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집에 오는 동안에도 그 대사와 그때 장면들을 기억속에 되뇌였다. 부담감을 알고 있어서 힘들었던 장면이다."

 

 

또 양교수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예슬(고윤정 분)의 데이트 폭력 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이 벌어지는 법정에서도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의 이해력을 돕기 위해 강연을 펼쳤다. '법정물'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지점을 시청자들에게 쉽게 풀어주는 길잡이 역할이었던 셈이다. 덕분에 대사량은 어마무시했다.

 

"그냥 외우는 것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100%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잠꼬대할정도로 법조문을 술술 외운게 포인트였다. 대본 받았을 때 나 조차도 잘 이해가 안 갔다. 모르는 것들은 찾아가면서 익혔다. 관객들은 일회성으로 본다는 가정에 어렵지 않을까, 내가 하는 대사들은 배우들에게,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 이전에 관객들에 하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작가님도 양종훈이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도우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집에서도 집사람 앞에서 해보고 이해하냐고 물어보고 좀 더 쉽게 알아듣기 싶게 톤을 찾아가면서 외웠다. 내 몫이 정말 중요하구나. 책임감을 느끼면서 한번에 이해시켜야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원테이크씬도 많았다. 그는 "어려움을 느낀 부분 역시 돌아서면 까먹는 그 어려운 법정 대사들이었다. 100% 이해해도 말로써 읊자고 하니 너무 어렵더라. 이 대본에는 최후변론들은 모노드라마에 가깝다. 어디가 기승전결인지를 모르겠더라. 승 전결이 애매해서 톤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여러 관객들, 법정에 앉아계시던 배우들에 이해를 시키고 감정이입을 시켜야해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로스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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