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들은 즐겁다' 감동 원작에 더해진 '날것의 천진난만함'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4-22 0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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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4개월간의 오디션 끝에 발탁된 어린이 배우 5인 이경훈, 박예찬, 홍정민, 박시완, 옥예린. 시나리오 없이 여러번 반복 끝에 유사한 상황 속에서 '진짜 감정'으로 연기했다. 그 어떤 연기보다 '날것'이다. 표정 하나, 말투 하나 인위적인 것이 없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감정을 숨기는게 눈에 비친다.

 

<아이들은 즐겁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지원 감독은 영화를 본 후 내가 어떤 어른인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전지적 어린이 시점이다. 보는 내내 뜨끔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속 깊은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아이들은 즐겁다>의 9살 다이(이경훈)의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다이는 방과 후 친구들과 놀다가도 엄마를 찾아간다. 병원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난다. 그러던 중 엄마의 병세가 악화됐다. 

 

다이가 선물한 화분의 꽃이 피면 돌아오겠다던 엄마는 더 멀리 갔다. 엄마와의 이별을 예감한 다이는 친구들과 함께 병원에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똑순이 반장 시아(옥예린)이 길잡이가 되고, 민호(박예찬)가 함께했다. 학원 가던 중에 만난 재경(박시완)도 엄마 몰래 동참했다.

 

극 중 다이는 "혼자왔니?"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아직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린 나이. 이는 아이들의 울타리가 보호자임을 강조한다. 

 

 

또 영화는 울타리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비춘다. 투병 생활로 힘들지만 다이 앞에선 씩씩하게 웃는 다이 모친. 서툴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인 다이 부친은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고 틈틈히 다이를 챙기려 노력한다. 반면 재경 모는 아들 재경에 학원도 다니지 않는 다이가 반에서 유일하게 받아쓰기 100점을 받았다는 말에 "걔 컨닝한 것 아니니?"라며 질투심에 말을 던진다. 

 

다이에게는 학교와 친구들이라는 또 다른 울타리가 있다. 그는 축구공과 함께라면 즐거운 민호(박예찬), 그림천재 유진(홍정민)과는 전학온 날부터 삼총사가 됐다. 이들은 방치된 낡은 컨테이너를 아지트 삼아 맘껏 뛰어논다. 자신들의 아지트에 누군가 접근(?)할까 감시놀이 등을 한다.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스크린 속 아이들은 해맑다. 벌칙을 받으면서도, 받아쓰기를 40점 맞아도 그저 즐겁다. 귀여운 외모지만 특유의 차분함과 쳐진 눈매가 찰떡인 이경훈, 등장만으로도 유쾌하고 즐거운 기운을 내뿜는 민호 역의 박예찬, 섬세하고 이해심 많은 유진 역의 홍정민, 까칠한 1등 재경 역의 박시완, 항상 집에서 2등이지만 똑순이 기질이 있는 시아 역의 옥예린까지. 다이를 위해 함께 장거리 여행을 떠난 이들은 시행착오를 겪고도 굴하지 않는다. 어른이 없어도 알아서 위기 상황을 벗어나려는 모습들은 관객을 미소짓게 한다.

 

 

이전 작품들에서 어두운 이미지로만 등장했던 윤경호는 서툰 다이 아빠로 분했다. 윤경호는 준비되지 않고 아빠가 된 전형적인 '서툰' 모습으로 관객들에 따스함을 안긴다. 다이 엄마를 연기한 이상희는 이경훈과 모자호흡이 좋다. 진짜 모자같은 훈훈함에 절로 미소지어진다.

 

<아이들은 즐겁다>로 첫 영화 음악감독에 도전한 싱어송라이터 이진아는 다이의 발걸음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전학간 학교 교문에 들어선 순간부터 설레는 다이의 마음을 담고, 엄마를 볼 수 없어 슬퍼하며 걷는 다이의 발걸음에는 쓸쓸함을 담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냥 행복해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더 놀자'로 표현하며 극에 세련미를 더했다. 

 

아픈 엄마와 이별을 예감하고 "엄마 잘자, 벌레 물리지 말고"라며 담담히 인사를 건네는 다이,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서로 자신을 데려가겠다는 친척들이 불편한 유진, 학원을 빠지고 여행갔다고 다그치는 엄마에 "나는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좋아"라고 외치는 재경 등의 모습은 어른들이 감추려하는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어쩌면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내면이기에 더욱 마음이 쓰인다.

 

 

<아이들은 즐겁다>의 흥미로운 점은 아이를 막무가내로 몰아세우는 어른이 없다는 점이다. 자극 없이, 평점 9.95점을 얻은 원작의 감동에 '날것' 그대로의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귀여운 랜선 조카들의 '인생캐'가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러닝타임 109분, 전체관람가, 어린이날인 5월 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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