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소리도 없이' 유아인 "뱃살 노출? 감독님께 마음껏 쓰시라고 했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0-10-17 02: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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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초반 '소리도 없이' 시나리오 속 태인(유아인)은 전형적인 '마이너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유아인은 태인을 다르게 그리고 싶었고, 홍의정 감독과 상의 끝에 15kg을 증량하며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났다.

 

 

"태인에 대한 콘셉트 영상이 있었다. 마르고 초췌하고 안돼 보이는, 마이너함의 전형성을 그대로 담은 인물이었다.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삭발도 내 아이디었다. 캐릭터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았고 신선한 느낌이 있을 것 같아서 제안했다.

 

증량은 입이 짧은 유아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 간장게장이 있어야 밥을 반 공기만 먹는다는 유아인은 입이 짧아 야식은 물론, 씹을 수 없어 식빵이랑 우유를 갈아먹는 등 남다른 노력을 했다.


"입술에도 코에도 눈두덩이에도 살이 찌더라(웃음). 붓기인지 살인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인물에 따라서 태도 걸음걸이 등이 많이 반영됐는데 살이 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는 몸의 태도에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자세도 구부정하고 걸음걸이도 그렇고 이상한 S라인이 자연스럽게 그려진 것 같다. 살을 드러내고 싶은 의지도 있었다. 의상도 짧은 바지를 선택한다거나 팔을 들면 배가 보이는 노출되는 것들로 준비했다. 감독님께 마음껏 쓰시라고 했다. 배려하지 말고(하하)."

 

유아인의 또 다른 도전은 대사가 없는 캐릭터였다. 태인은 어떤 계기로 인해 말을 하지 않는 인물이다. 대사는 커녕 소리조차도 내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답답함은 없었을까. 유아인은 너무 작고 미세한 소리조차 안 낼 정도로 차단해서 오히려 소리를 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단다.

 

 

"내가 작은 소리조차 차단하니 감독님께서 너무 말을 못하는 사람으로 보여지진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후반작업 하면서 추가한 미묘하게 작은 소리는 있었다.

 

영화 안에서의 디테일은 다 내 욕심이었던 것 같다. 말을 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생성되는 몸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수렴하면서 촬영하다보니 '내가 이런 몸의 움직임을 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나 조차도 새로운 움직임이었다. 그게 귀엽던데(하하). 순수해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말은 점점 노련해지면서 징그러워지는데 태인은 말을 하지 않는 친구이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다.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는 표현들이 귀엽게 보여졌다."

 

촬영할 때 홍의정 감독은 큰 리액션이 없다. 유아인의 말에 따르면 미소를 짓는 정도라고. 그런 홍 감독이 만족스러워한 장면이 바로 슈트를 입고 초희를 구하러 가는 장면이란다.

 

"태인이가 초희를 구하러 가기 전에 슈트로 갈아입는다. 태인이 슈트를 대하는 그 장면을 숙제처럼 내주셨었다. 근데 내 해석대로 연기하고 난 후 감독님이 그 부분이 좋았다고 해주셨다. 현장에서는 뭘 내색하는 분은 아닌데(하하). 

 

 

가끔 감독님과 통화를 하면 너무 말을 재밌게 하셔서 길게 통화한다. 감독님이 상상했던 태인은 이게 아니지만 너무 좋았다고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게 좋았던 것 같다."


유아인은 "누구라도 마찮가지겠지만 가치있게 느껴지는 선택을 하는것 같다. 다른 가치들과 나란히 하고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배우가 관객들과 만드는 호흡이 다양해져가고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삶의 이야기를 보다 더 가깝게 펼쳐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정도 드라마틱해지냐의 문제지만, 무엇이든 삶의 이야기다. 파장이 보다 더 진실하게 이어져갈 수 있는, 가증스럽고 허튼 소리를 하는 작품은 지향하는 편"이라며 자신의 작품 선정 가치관을 전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얻는 것보다 체험하기를 더 좋아한다. 삶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내 몸의 질서가 새롭게 잡힌 경험을 했을 때. 배우로서 한번도 가져가지 못했던 몸의 상태, 정신의 상태 등을 경험할 수 있었던 체험의 시간이었다"며 '소리도 없이' 촬영 소회를 전했다.

그는 "무기로 쓰여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미세하게 한발짝 더 나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UA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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